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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의 인출, 추억과 그리움.
    My Fragment 2021. 3. 2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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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한겨레 기사 '선택된 뉴런들의 연결망…기억의 실체를 보다'

     

    아래는 참고 기사.

     

    선택된 뉴런들의 연결망…기억의 실체를 보다

    [한겨레 미래&과학] ‘엔그램’ 연구로 본 기억의 과학 형광 기술·광유전학 발전 덕에 기억 형성때 활성 띠는 뉴런 확인 가짜기억 형성·상실기억 회복 등 기억세포 자극 실험서 잇단 성과 학습

    www.hani.co.kr

     

    내 기억력이 가장 빛났던 시절은 중학교 때다.

    그때 영어 선생님이 내주신 과제로 거의 매주 시험을 봐야 했다.
    영어 교과서 본문 암기 및 쓰기 시험.
    선생님이 정해준 교과서 몇 페이지 정도의 본문 문장들을 모두 그대로 쓴다.
    그리고 해석도 적는다.

    지금이나 그때나 나는 벼락치기 파였기 때문에
    평소에 영어 교과서를 열심히 보고 또 보는 반복 학습을 하지는 않았다.
    시험 전날에 벼락치기로 승부했다.
    그렇게 공부하고 나면 다음 날에 본문을 쓸 때는 문장으로 기억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사진을 찍은 것처럼 교과서 페이지가 머릿속에 떠올랐고,
    교과서를 직접 보고 쓰듯이 시험을 치렀던 생각이 난다.

    지금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게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암기가 되질 않는다.
    머리가 굳은 것이겠지.

    평소에 기억력이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는 편이다.
    쓸데없는 것부터 여러 가지를 너무 자세히 기억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나는 그 많은 것들을 일부러 기억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
    어떤 '장소, 음식, 음악, 사람'과 같이 기억과 연관된 것들이 내 뇌를 자극하면
    그 순간 내 기억장소에서 기억을 인출한다.

    이렇게 기억의 인출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고,
    모든 상세한 사항을 내가 항상 기억하고 생각한다면, 내 뇌는 터지거나 멈출 것이다.

    위의 참고 기사를 보면, 내가 생각하는 기억의 원리와 매우 유사하다.

    어떤 사항들이 내 뉴런에 기억으로 저장되고,
    그 뉴런을 활성화하는 시냅스 자극(장소, 음식, 음악, 사람 등)이 있을 때
    나는 기억을 인출해낸다.
    물론 그 기억은 내 무의식의 영역에서 편집된 것이겠지만.

    추억, 그리움이라는 것도 결국엔 기억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내가 기억하지 못한다면 추억을 생각하고 그리워하지 못한다.
    추억과 연관된 무엇을 보아도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최근에 겨우 4~5개월의 기억이 자꾸 머리를 맴돌았다.
    내가 여태까지 살아온 삶의 기간에서는 매우 짧은 기간에 속하는데도.
    어느 날은 추억이 생각났다가, 그립기도 했다.

    그래서 과학적인 측면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그 기간 내 뇌는 삶을 강렬하게 받아들였구나.
    그 기억을 강렬한 시냅스 자극으로 뉴런에 깊게 새겨두었구나.

    이렇게 생각하니 지금의 상황이 조금 쉽게 납득이 되었다.
    추억과 미련이라는 감정도, 결국엔 기억에 종속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리움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뇌 속에 남아있는 기억의 잔재다.
    떠오르는 것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결국에는 시간이 지나면 그때의 기억을 담은 뉴런에서 기억을 인출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게 뇌가 작동하는 원리고, 우리가 추억과 그리움을 잊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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