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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울 (Soul, 2020) - 내 영혼의 불꽃은 어디에. (약 스포 주의)
    Movie 2021. 3. 16.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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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주 전에 본 영화인데, 게을러서 이제야 후기를 쓴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분은 이 글을 넘기셔도 좋다.

    코로나19 터지기 전만 해도, 한 달에 1~2회 이상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게 취미 생활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확진자 수도 그렇고, 보려고 기다렸던 영화는 대부분 개봉 연기가 되면서 극장에 잘 못 가게 됐다.

    그러다가 이 영화가 호평이어서 궁금해졌고, 극장에 갔다.
    그리고, 영화 <소울>은 내 인생 영화 리스트에 추가되었다.

    다루는 내용과 주제가 너무 무거울 수도, 표현하는 톤에 따라 너무 가벼워질 수도 있는데
    이 영화는 그 중심을 매우 잘 잡았다.
    너무 과장되게, 또는 너무 슬프게 표현하지 않아서 정말 좋았다.

    영화를 보면서, 최근에 힘들었던 일과 과거 경험을 떠올렸고 내 삶과 영혼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의 '영혼'은 '몸' 안에 있을 때 상처받는다는 설정도 현실감 있었다.
    우리는 '실재(實在)'하므로 영혼이 상처받고, 화나고, 기쁘고, 슬프고, 행복하다.

    영혼 '22'의 마지막 불꽃을 찾는 여정, 그리고 주인공 '조 가드너'의 깨달음이 좋았다.
    <우리의 삶에 어떤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

    내가 맛있게 먹는 음식이, 당신이 흥얼거리게 만든 음악이,
    내 곁에 있는 사랑스러운 반려동물, 가족, 연인, 친구가.
    그것과 그들이 있어 삶은 충만하다.

    모두가 거창하고 위대한 목표를 지향하며 살 필요는 없다.
    누군가는 위대하고, 누군가는 평범하다.
    그런 사소함이 모여 인류의 거대한 삶을 이룬다.

    영화 속 수많은 사건 중에서, 특히 이 에피소드가 가장 좋았다.
    주인공 '조'는 단골 이발소에서 이발사 '데즈'에게 항상 재즈 이야기만 했다.
    그리고 데즈가 그 이야기를 항상 잘 받아주니까 재즈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영혼 22가 몸 속에 들어간 조는, 이발사 데즈의 삶에 대해 질문했고,
    이발사가 아닌 진짜 '데즈'의 삶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발사 데즈의 삶이 가짜라는 뜻은 아니다.)
    그 날의 이발을 끝마치고 나서, 데즈는 조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영혼 22는, 상대방의 진심을 끌어내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내가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할 대화법이다.

    평소 무언가에 꽂히면 자꾸 그 얘기만 쉼 없이 늘어놓는 나의 못된 대화 습관을 꼭 고쳐야겠다는 반성을 했다.
    '질문'은 내가 이야기할 거리를 꺼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진정으로 대답하고 싶은, 말하고 싶은 것을 묻는 것이다.
    머리로는 잘 알면서도 내 관심 주제에 푹 빠져버리면 그 얘기만 계속해대는 내가 몹시 부끄럽다.
    아마 평생 고쳐가야 할, 큰 숙제다.

    나는 누군가에게 진심을 물어본 적은 있는지.
    매번 귀를 닫고 내 이야기만 해온 건 아닌지.

    무아지경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 유체이탈처럼 영혼이 잠시 몸을 떠나 특별한 세계에 잠시 머무른다는 설정과,
    우리가 길을 잃은 영혼이 되었을 때 영혼이 어둠을 둘러쓰고 어두운 사막을 좀비처럼 돌아다닌다는 설정도 멋졌다.

    최근 내 영혼도 잠시 길을 잃었다.
    아니, 아직도 가끔 영혼이 길을 잃는다.

    앞으로도 디즈니-픽사 스튜디오에서 인사이드 아웃, 코코, 소울 같은 영화를 많이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작품마다 내 영혼을 따뜻하게 해준다.

    이 영화는 극장에서 내리면 공식 구매해서 보고 또 볼 예정이다.
    힘들거나 지칠 때 이 영화를 보면서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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