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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무엇을 읽고 사는가?
    My Fragment 2012. 10. 1.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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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한권 제대로 읽을 시간 없다는 핑계를 대고 살아가는 나를 떠올리며 끄적대본다.

     

    모뎀(하이텔, 천리안 같은 PC통신)시절을 건너

    초고속 인터넷이 활성화 되었고 WWW(월드 와이드 웹)을 통해 정보의 바다라는 넷 세상이 되었다.

    요즘 우리는 어떤 지식을 취할 때 '어떤 책을 읽어보라'는 말보다 '인터넷에 검색 해봐'라는 말을 더 자주 사용한다.

    그나마도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PC를 켜고 끄는 부팅의 과정 없이, 스마트폰 터치 몇번에 단어 몇개 입력하면 모바일 웹을 통해 구글 검색, 네이버 지식인 검색 결과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정보의 신속성이 불과 십년전에 비해 매우 빨라졌으며, 그 정보의 양도 어마어마해졌다.

    정보의 범위나 정확성도 위키피디아 같은 시스템에 의해 기존의 백과사전과 동등하거나 더 뛰어난 수준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 그 정보를 통해 많은 지식을 갖고 사는가?'

    에 대해 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스마트폰이 널리 사용되지 않던 4~5년 전까지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적어두었다가

    그 키워드나 주제에 관해 시간을 투자해 인터넷에서 검색해보곤 했고, 장시간의 웹서핑을 통해 좋은 지식을 많이 얻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 역시 편리함과 빠름이라는 것에 익숙해져서 간단히 궁금한 게 있을때나 이동 중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한다.

    물론 장시간의 작업이나 타이핑을 하기 위해서는 PC를 켜고 해결하지만, 그 횟수가 매우 줄어들었다.

    특히 태블릿을 구입한 이후로는 PC는 하루에 한두번 켜는 정도고, 하루종일 총 1시간 이내로 사용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태블릿용 디지털잡지가 늘어난 뒤론 잡지나 뉴스는 태블릿으로 다 해결한다.

    트위터, 페이스북도 스마트폰 아니면 태블릿으로 접속한다.

     

    나는 하루종일 그것들을 붙잡고 살거나 스마트 기기로 게임을 하지도 않지만,

    하루 총 사용 시간을 측정한다면 일반적인 두께의 책 두권쯤은 읽을 수 있는 시간일 것이다.

     

    물론 스마트 기기에 전자책이나 읽을 거리를 넣어서 읽는 사람들도 있다.

    스마트 기기 사용자의 대부분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옳지 못하지만

    내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만난 스마트 기기 사용자들은 대부분 카카오톡이나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나조차도)

    우리는 쉽게 질높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도구를 갖고 있지만,

    실상은 간단한 가십 뉴스, 생활 정보나 보고 있는게 대부분이다.

     

    예전에는 학력에 따라서 다른 지식 수준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고, 대체로 그 수준은 비례했다.

    반면 요즘은 지식의 불균형이 더 심화되었다.

    학력과 지식 수준이 비례한다고 보긴 힘들어졌고, 우리는 관심 있는 정보에 더 자주, 빨리, 많이 접근할 수 있어 관심사에 있어선 전문가 수준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그만큼 관심 없는 정보에 있어선 일자무식이라고 할만큼 모르고 사는 경우도 늘었다.

     

    지식 수준이 한 인간을 판단하는 어떤 잣대라고 할 순 없으나, 보편적으로 알아야할 상식의 기준이 모호해졌다. 내가 아는 것이지만 다른 이는 분명히 모를 수 있고, 그것을 상식이 없는 사람으로 매도할 수 없다.

    이런 현상이 옳다 그르다 또는 긍정적이다 부정적이다에 대해서는 나도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관심사 외에 다른 분야에는 더욱더 관심이 멀어지는 환경.

     

    그런 점에서 책은 보편화된 정보를 섭취하게 할 좋은 도구다.

    우리는 보통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를 선택하긴 하지만, 책에는 우리가 검색해서 선택한 정보뿐만 아니라 다른 정보를 담고 있다. 흔히 주변 지식이라고 할만한 것들이다.

    검색-정보배열의 알고리즘은 점점더 우리가 딱 원하는 것만을 하이라이트해서 보여주도록 진화하고 있으며

    우리가 원하는 것 외에 필요없는 정보는 상대적으로 시야에서 멀어진다.

     

    반면 독서라는 과정은, 속독이나 훑어읽기를 하지 않는 이상 모든 정보를 일단 섭취하게 된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 그 정보는 다 잊혀질 수도 또는 필요한 것만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지만

    애초부터 원하는 것만 보여주는 검색 시스템과는 다르다.

     

    독서 횟수가 최근들어 많이 줄어든 나 자신을 돌아보더라도,

    요즘에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사색하는 시간이나 집중하는 시간이 매우 감소했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정보에 즉각 반응하여 다른 주제와 키워드로 생각이 넘나들고,

    그것이 통합적으로 흡수되는 대신 편파적으로 조각조각 기억된다.

    그런 기억 방식은 나중에 기억을 재조합해 지식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연결 고리가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부차적으로는 그런 습관에 더하여 단문 위주의 스마트폰 메신저 채팅이나 SNS에 익숙해진 덕분에,

    한 주제의 글을 길게 적는 능력이 눈에 띄게 형편 없어졌다.

     

    자신이 무엇을 읽고 사는지, 무엇을 깊게 사색하는지 반성해보자.

    검색에 길들여진 우리는 진짜 지식을 섭취하고 소화하는가.

    다른 이가 올려놓은 단문에 휘둘려 내것이라고 착각하고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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