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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감의 맹점
    My Fragment 2010. 1. 1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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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자고로 공감의 시대다.

    케이블 TV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남녀탐구생활>도 약간은 과장된 것 같지만
    그 방송을 시청하는 보통의 남녀들이 공감하면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송이다.

    뉴스는 어떤가.
    뉴스의 각종 리플들, 특히 그 중에 베플(베스트 리플)은 그걸 읽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재치있고 재미있거나 신랄하고 속시원한 비판이 적힌 것들로 선정된다.

    나도 수많은 블로그를 RSS로 구독하지만,
    많은 블로거분들께서도 IT, 연애, 시사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감글로 점철된 포스트들을 쏟아낸다.

    난 웹서핑 중에 수많은 문구와 수많은 글과 수많은 기사를 만난다.
    물론 공감되는 것들도 있고 나와 맞지 않는 것들도 있다.

    지금 시대에서 우리는 자유를 존중하고 사고의 다양성을 존중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우리는 과연 얼마나 그렇게들 상대방을 존중하는 걸까?
    내가 성인군자라서 난 모든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그런 헛 이야기를 하자는게 아니다.

    당연히 사람이면 나와 뜻 맞는 사람과 함께 일을 도모할 수도 있고 한 편이 될 수도 있는거다.
    하지만 소위 인터넷에서 한번씩 터지는 큰 사건들의 양상은 어떠한가?
    결국엔 이 편 저 편 갈라 마녀사냥이 되고. 씁쓸한 결말로 끝을 맺고는 한다.
    (때로는 그 사건에서 끝이 나는게 아니라 전혀 엉뚱한 곳으로 불꽃이 튀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사고와 감정의 공유는 굉장히 중요한 연대가 된다.

    그러나 이런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사람의 글을 읽거나 말을 들어보니까 '이 사람 말이 다 맞는 말인 것 같네.'라고 생각을 하게 되고
    종국에는 '내 생각이 이 사람 생각이랑 같다니까.'라는 결론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생긴다.
    내가 옳다고 판단한, 또는 공감한다고 한 그 사실에 대해서
    <공감한 것=내 생각>
    이라는 특이한 공식이 성립되어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경우에서 그 공감의 연대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공감한 것에 대한 어떤 비판이나 공격이 들어왔을 경우에
    그저 공감한 사람에 불과했던 이가 그 사실을 제시한 어떤 이의 변론인이 되어버린다.
    마치 찬성자와 반대자의 전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문제점이 생긴다.
    그 싸움이 벌어진 경우에 처음에 어떤 사실을 제시한 이가 문제가 아니라
    내 생각을 공격한 자에 대한 보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에 제시된 사실이 추후에 약점이 드러나도
    찬성파에서는 그 의견을 억지 논리에 짜맞춰 변론한다.
    반대파 역시 지지 않으려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낸다.

    위에 복잡한 말로 끄적거렸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쉬운 예를 들자면
    소위 '빠' 간의 싸움을 예로 들 수 있겠다.

    건설적인 토론이라면 단점이 발견되었을 경우
    그것에 대해 더 발전적인 보완점이 의견으로 제시되는 것이 상식이지만
    빠의 논쟁에서는 보완점과 절충점을 제시한 경우가 발생해도 오히려 그냥 무시되기 마련이다.
    소수 의견 또는 창조적인 아이디어의 제시를 통해 논쟁은 발전하고,
    건설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흑백에 묶이게 되면 우리는 찬성파와 반대파의 혈전에 머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공감이라는 둘레에서 벗어날 수도 있어야한다.
    맹목적인 공감은 사고의 유연성을 쉽게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의 진실도 나중에는 거짓으로 변할 수 있는 법이고 처음의 거짓도 진실로 변할 수 있는 법이다.
    언제나 절대적인 진실만 존재하진 않는다.
    세상은 상대적이며 동시에 절대적인 성향의, 모순을 가진 상태로 존재한다.

    공감의 맹점을 벗어나려면 자신의 생각과 상대의 생각을 모두 검토해야한다.
    틀린 놈만 항상 틀리란 법 없고, 맞는 놈만 항상 맞으란 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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